특전사에서는 야외훈련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짧게 다녀오는 경우에도 일주일, 길면 한두달 이상을 야외에서 굴러다니다 온다
(물론 오롯이 두다리로 걸어서..)
중대전술훈련, 지역대전술훈련, 대대전술훈련, 천리행군, 그냥 행군, 기타 네임드 훈련등등
보통 1박, 2박짜리는 훈련으로 잘 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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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네팀 나가서 사령부랑 교신좀 하고 와라'
'넵, 언제합니까?'
'내일저녁, 새벽에 교신하고 오면된다'
'아... 내일말임까? 1박2일?'
'ㅇㅇ'
'에이.. 퇴근좀 하나 했더니.. 애들아 짐챙겨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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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의 특성자체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항상 장기작전을 상정하고 훈련을 하다보니
최소한의 훈련을 하게되도 그정도의 기간이 되는게 대부분이랄까나
준비, 보고, 예행연습, 군장검사, 침투, 구축, 작전, 퇴출, 도피탈출,게다가...
툭하면 2차... 3차임무...
(이놈의 부대는 한번 침투한 팀은 마르고 닯도록 돌려쓸꺼란걸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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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훈련계획보고를 들어가면..
'야, 블랙쉽 중대장아, 거리가 너무 짧은거 아니야? 좀더 늘려와라'
'에이 과장님, 산길이잖슴까.. 꼬불꼬불해서 짧아보이는 겁니다.. ㅠㅠ
실대고 재면 길이 충분합니다 ㅠㅠ'
'야야 그래도 좀더 늘려... 5km만 더 늘려... 지도 칸수좀 늘려...'
'아... 뉍...'
그리고 우리는.. 결국 늘어난 거리대로 보고를 하게된다
물론... 실제로는 지름길로 가버리는 건 안비밀
(가끔 걸릴 위기가 있긴하다! b장의 순시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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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특전부대원들은 딱 몇명빼고 전부 봇다리짐(군장)을 챙겨서 걸어다닌다
우리는.. 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
오로지 우리의 두발로... 전국방방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다
등에는 커다란 이삿짐(?)을 짊어지고..
우리도 차.. 무지하게 타고 싶다..
승차감따위는 기대도 안하고 그냥.. 바퀴달린걸 타고싶어한다
두돈반에 짐짝처럼 실려서 뒤에서 덜컹덜컹 거리면서 몸이 공중에뜨고 머리가 천정에 부딛혀도
우리는..
차를 타는 그 자체가 너무나도 기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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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아! 다음포인트까지 차로 날라준단다!'
(정말 군생활동안 손꼽을 정도로 몇번 없었음)
'진짜? 중댐 진짜? 오오오! 왠일???!!'
'누구 온답니까? 뭐 있나? 아이씨.. 무섭게..'
'대신 두돈반임'
'바퀴만 달리면 만사오케이, 오예 점프다!'
'두돈반 조올라 추우니깐 미리 고어텍스나 모포 꺼내놔라(겨울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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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각해보니 비행기에서도 실려서다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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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등짝에는 봇다리 짐을 짊어지고 우리는 전국방방곳곳을 돌아다녔다
사족이 길어지긴 했지만.. 이번이야기는 우리가 짊어지고 다녔던 '봇다리'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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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훈련을 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의식주를 모두 봇다리(군장)에 챙겨야 한다
(물론 필자의 말년쯤에는 좀 단기작전의 개념이 생기기는 했는데... 요즘 이야기들 들어보면... 그게.. 끙...)
군장을 챙기는 기준은
의, 식, 주 + 개인장비 + 팀장비 + 기타소모품
기본적인 의식주 장비들
개인 피복류
- 여벌 전투복
- 내의
- 속옷
- 양말
- 고어텍스(내외피)
- 장갑
- 예비전투화
- 동계시 보온내복, 플리스 자켓 등 보온자켓 추가
침구류
- 개인천막(개인텐트)
- 깔판
- 판초우의(우포지)
- 침낭
- 침낭외피
식기류
- 개인반합
- 수저세트
- 수통
- 버너(지급품 없음, 개인물품)
- 식량(하루 세끼분량 X x일치, 이게 가장 부피가 크게 차지한다, 7일 작전이면... 식량만 21끼..)
- 추가식수
여기까지가 직책과 상관없이 모든 인원들이 기본적으로 챙기는 장비들이다
개인이 살기위해 챙겨야 하는 장비들 말이다
물론 위의 목록에서 조금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경험상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랄까
그렇기에 저 '기본장비'들은 아예 패키지화 시켜서 항상 포장을 해놓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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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아, 군장챙기기전에 '출동관물' 확인해라'
'내 '관물낭' 본사람!'
'지금이 하계기준이냐, 동계기준이냐?'
동계, 하계의 기준에따라 속옷과 양말등의 갯수가 달라진다
갯수가 달라지면... 무게가 달라진다..
의외로 그 차이가.. 꽤 크다..
(칫솔도 뽀개서 다니는데)
그리고 저게 작계에 반영이 되어있는지라.. 군장사열을할때 저 수량대로 없으면
그자리에서 쪼인트를 까일수도...
(진짜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가..)
'허허, 대대장 이거 속옷이랑 양말숫자가 맞어?'
'아아아 아직 인원들이 빨래들 덜해서.. 시정하겠습니다 여단장님'
'아쉣.. x됐네..'
진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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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본적인 생존용품들(?) 을 챙기고 나서야
개인의 직책별로 장비를 분배받고 공용장비를 분배해서 챙기기 시작한다
각 직책별로 개인휴대장비를 챙기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특전팀은 항상 인원이 모자른다
(TO가 다찬걸 본적이 별로 없어..)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TO의 특기 장비는..
보통 가장 가벼운 장비의 주특기들이 추가로 든다거나
추가적으로 팀원들 전체로 나누어 들게 되는 편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 조별로 챙기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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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특기들이 다 장비들이 많고 힘든편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장비가 많은특기들
흔히들 저주받은 특기라 이야기하는..
통신...
(나중에 점점 공지무전기가 들어오면서
정작도 저주받은 특기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특히나 통신주특기들의 무쇠같은 벽돌.. 아니 배터리...
진짜 그놈의 벽돌만 보면 짱돌로.. 아오...
무겁긴 드럽게 무거우면서 조루인 그 배터리..
'중댐, 9xxK 배터리임다'
'아놔.. 이거 왜 자꾸 나줘..'
'중댐 지휘통신조잖슴까'
'야, 통신할때빼고 내가 지통조에 있든..'
(필자는 통신할때빼곤 항상 앞에서 행동하는 조에서 움직였다
덕분에 작전끝나면 통신소까지 다시 올라가야하는 고충이..)
'그건 타격할때고 ㅋㅋㅋ 받으십쇼'
'아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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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놈의 통신부수기재
이놈들 역시... 사람이 없으면 분배된다..
'중댐, 안테나'
'그만좀줘... 나 딴특기들껏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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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특기들도 다 공평하고 사이좋게(?) 짊어지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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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군장을 챙기다보면
일반적인 단기나들이(?) 를 나갈때도 가볍게 25~35kg 정도는 훌쩍 넘어가는 편이고
그놈의.. 평가때에는 40kg는 동네친구 이름처럼 훌쩍 넘겨버린다
필자가 ATT할때.. 가장 무겁게 매본게 46kg 이였던가..
물론 '군장' 만 이야기하는것
여기에 개인장구류에, 소총에, 헬멧에... 오오미...
거기에 강하라도 하는날에는
주낙하산, 예비낙하산, 구명의, 회수낭, 산악복, 산악헬멧
아... 생각하다 빡치....
(필자의 무릎은 현재 일기예보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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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건 그렇게 무겁게 메고다녔지만
결국은 다 걸어서가고 걸어서 들어왔다는것
지금생각해도 신기해..
다음편에는 필자 개인이 군장을 챙겼던 방식 및
사용했던 봇다리들(군장)을 한번 이야기해봐야겠다..
다시한번.. 오늘도 열심히 걸어다니는 모든 봇다리상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와 묵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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