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서, 특수부대원으로 산다는것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서, 특수부대원으로서 산다는것은
매우 많은것을 포기할것을 의미하게 된다
당신의 자유
당신의 시간
당신의 소중한 이들
이 모든것들을 뒤로하고 그자리에 서있게 된다
당신의 인생, 미래, 모든꿈을 바치면서
그자리에 서게 되는 것이다
.
.
.
나는 입대하는 순간부터 단한순간도 내가 군인으로서 나라에 봉사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적이 없었다
2006년 1월, 그 시리디 시린 겨울에 입대를 하고 마지막의 아쉬움까지 느꼈던 2019년 2월의 전역하던 그 순간까지
단한순간도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란 생각으로 군생활을 해왔었다
아마도 내 동료들 역시도 그런생각을 가지고 나와함께 군생활을 했었고 아직도 군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불평불만이 없는것은 아니다, 다만 이건.. 군 내부의 문제가 많기때문에... 그들은 이야기 할 수 없다)
아마 그런생각을 하지 않고 군생활을 한다면.. 그게 과연 군인일까..?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지키기위해서 들어온것이 아니라 순전히 안정을 위해서, 돈을 벌기위해서 들어온것이라면..
과연 그러한 군인을 믿을 수 있을까..?
그래도 내 주변에서는 그러한 동료들은 거의 볼 수 없었던 것은 정말 많은 축복을 받은 것 같다
매일같이 퇴근해서도 부족한 체력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방에 모여서 전술을 토론하고, 따로 전투기술을 숙달했던 나날들
과연 어느 집단에서 그렇게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 쉬울까..?
적어도 군인이라면
적어도 당신이 국가를 위해서라면
적어도 당신이 국민을 지키기위해서라면
과연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나는 군인이라는 것을 택하면서 모든것을 그것에 쏟아부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이들때까지
내 모든 생각은 '어떻게하면 적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까?'
였었고 전역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심지어 전역을 한 지금에도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적을 죽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이것을 후배들에게 알려줄까?'
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건 뭐...
물론 너무 그것만 생각하느라 윗분들에게 잘 안보여서... 평점이 않좋아 결국 군을 나오기는 했지만
그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나는 내가 군생활을 하는 동안 할 수 있는 모든것을 온몸을 다해 부딛혔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계속 나오는 워리어 플랫폼 이전부터 계속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어필을 해왔고 다양한 전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구장창 이야기도 해왔었다, 특전출신들은 다 아는 '대토론회' 를 진행할때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야기도 했었고
워리어 플랫폼 초창기에도 유일한 특수전 실무팀 소속 장교로서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했지만.. 결국 배제되더만..)
특전사에 있는 장교로서,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했어지만, 너무나도 많이 부딛혔었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건 너무나도 제한적이였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았었다
어찌되었든 누군가는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해야했었던 일이기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단지 매우, 강력하게, 아쉬움을 남긴건.. 지금도 아쉽도
.
.
.
물론, 후회가 아예 없는것은 아니다
내가 전역하고나서 안지기와 이야기 한 것이 있다
'당신 전역하고나서 요 몇달간 나랑 같이 있었던게 군복무할때보다 길었던거 알아?'
실제로 나와 안지기는 생도때부터 시작해서 전역전까지 근 10년을 넘게 함께 했었다
하지만 1년의 반은 산과 바다, 들에서 맨땅에서 자는 생활을 하고, 아니면 툭하면 부대에서 비상대기를 하고 있고
그것도 아니면 파병이나 파견을 나가서 밖에서 지내고 하는 생활들을 하다보니
안지기와 지내는 시간은 한달에 많으면 3~4일 정도
1~2주 못보는건 그냥 예삿일이요, 심할때는 일년에 딱 1주를 봤을때도 있었다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10년에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실제 함께있었던 시간이 일년이 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었다
그러한 시간을 참고 인내해준 안지기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너무나도 고마웠다는것
내가 군인이 되고 유일하게 후회한 것은 안지기와 함께 평생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였다
'많은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할텐데.. 국가가 부르면.. 먼저 나가야할텐데..'
주변에 일반인인 지인들도 가끔 물어보기도 했다
'안지기분 괜찮으세요?'
'당연히 미안하죠... 제 유일한 후회인걸요..'
아마 모든 군인들은 그런마음일 것이다
.
.
.
군인들 중에서도 특수부대원
우리나라에서 그들은 군에서밖에 쓸 수 없는 기술들을 배우고 단련한다
애시당초 전제조건 자체가 '적 을 제압하거나 죽이는것' 이라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들을 배우다보니 일반사회에서는 쓰지 못하는 기술들이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 이러한 기술들은 숙달자체도 매우 힘들뿐더러 이렇게 숙달된 자원들 조차도 수준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군에서는 이러한 숙달된 자원들을 '당연히'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군인들이 다 중요하지만 숙달된 특수부대원은 정말 소수의 엘리트 인원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인원들을.. 당연하게 '너희는 원래 그런인원들이니까 그정도는 해야지' 하면서 소모성으로 취급을 해버린다는것
그것을 견디지 못한 인원들이 점점 밖으로 나가게 되고 숙달된 인원이 부족해지니 새로운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자꾸 신입들
만을 보충하고 점점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일 것이다
(들려오는 이야기만 들어도 정말 암담해지고 있다, 비단 이건 육군 특수전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회로 나오게된 특수부대원들은 본인들이 군에서 배운 기술을 어디에도 써먹을 수 없기에 많은 방황을 하게된다
정말 충분히 단련되고 숙달된 요원들을 그렇게 방출하게 되어버리는 지금의 군을 보게되면...
방출을 하게된 상황도, 방출이 된 요원도 안타까움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숙달된 특수부대원을 키운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면 말이다.
.
.
.
내가 또한가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버릇중하나
나는 아직도 내 손에 핸드폰이(혹은 연락수단이) 벗어나면 안절부절 하고 있는다
군에 있는동안 항상 0분이내 연락이 되어야 하고, 00분이내 부대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어딜가든, 어떤상황이든 항상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어야 했었고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는 내가 먼저 항상 불안해서 신경과 촉각이 곤두 서 있었다
(어느정도나면 대중목욕탕을 가도 핸드폰을 방수팩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던가
혹은 락커룸에 진동으로 넣어두었는데 그 미세한 진동을 느끼고 바로 나와서 메세지를 받는 다던가 하는일이
비일비재하게 있었다, 일단 메세지가 오는것 같을때는 기분이 묘하다, 뭔가 뒷골이 땡기는 기분이랄까..)
비상소집이 걸렸을때는 그게 어떤상황이든 바로 들어가야 하기도 했었고
심한경우는 제사를 지내다 도중에 복귀한 적도 있었고, 시내에서 밥을 먹으려고 주문을 했다가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부대로 들어갔었던 적도 있었다
그럴정도로 평상시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고 전역한 지금도 아직까지 핸드폰이(연락수단이) 몸에서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스게 된다
.
.
.
이럴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 산다는 것은, 특수부대원으로서 산다는 것은
정말 많은것을 포기하고 많은것을 감수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생활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중에서도 군인이라는 존재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입장이란 것이다
애당초 그런것을 감내하지 않는 인원들은 오래 있지도 못하겠지만 말이다
.
.
.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서, 특수부대원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것은
정말로.. 많은것을 포기하고 많은것을 인내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의 동료들은..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정말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만...
그것은 오프더 레코드로.. 이만 여기까지..
특전사 이야기, 21. UAE편 - 뜨거운것도 뜨겁고, 차가운것도 뜨겁다 (0) | 2020.10.23 |
---|---|
특전사 이야기, 20. UAE편 - 사막에서의 길찾기 (0) | 2020.10.23 |
특수전부대의 오류 둘 (7) | 2020.08.12 |
특수부대를 지원하는 사람들에게하는 현실적 이야기 (0) | 2020.08.12 |
가짜사나이의 그분~! 멋진 사나이 이근대위~! (1) | 2020.08.10 |
댓글 영역